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무언가를 시작하면 금방 질리는 나, 의지가 약한 걸까?

by 수아롱 2025. 4. 9.

시작은 항상 반짝인다. 그런데 왜 오래가지 못할까?
작심삼일이 반복될 때마다, ‘나는 왜 이럴까?’라는 자책이 깊어진다.

누군가는 목표를 세우고 성실하게 달려가는 데, 나는 그걸 계속 유지하는 게 힘들다.
새로운 일에 금방 질리고, 중간에 그만두고 싶어진다.
이게 단순한 의지력의 문제일까? 아니면 나도 모르게 반복되는 심리적 패턴이 있을까?

오늘은 이에 대해 알아보자.

무언가를 시작하면 금방 질리는 나, 의지가 약한 걸까?
무언가를 시작하면 금방 질리는 나, 의지가 약한 걸까?

‘질린다’는 감정의 정체 – 자극에 민감한 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끈기 없음이나 작심삼일을 ‘의지가 약하다’는 한마디로 단정한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는 단순한 인내력 부족이 아니라 자극추구 성향 혹은 충동성과 관련되어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우리의 뇌는 ‘보상 예측’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무언가를 시작하면서 기대감과 설렘이 높아지고, 도파민이 활발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이 도파민 수치가 일정 기간 지나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바로 이때가 ‘질린다’고 느끼는 시점이다.

 

이 과정은 특히 감각 자극에 민감하고 지루함을 견디기 힘든 사람에게 더 자주 나타난다.
이들은 반복되는 루틴보다는 새롭고 빠르게 보상을 주는 자극에 반응하기 쉽다.
그래서 똑같은 공부나 운동,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게으르다’거나 ‘성실하지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감정 변화에 예민하고, 직관적인 판단력이 뛰어난 경우도 많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그 감정의 파고를 어떻게 이해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의지가 약한 게 아니라, 자율성이 약한 것

무언가를 계속하지 못할 때,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은 대개 이렇다.
“나는 왜 의지가 약할까.” 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건 의지력이 아니라 자율성이다.

 

자율성은 내가 어떤 일을 ‘내가 원해서’ 하고 있다는 주체적 감각이다.
외부의 압력이나 비교, 당위성에서 비롯된 행동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자율성은 동기의 질을 좌우한다. 같은 공부라도, ‘억지로 하는 공부’와 ‘내가 원해서 하는 공부’는 지속성이 완전히 다르다.

 

자율성이 부족하면 일에 대한 흥미도 빨리 떨어지고, 의욕이 꺾이는 시점도 앞당겨진다.
특히 남들이 하는 걸 따라 하거나, 사회적 압박에 의해 시작한 일은 대부분 유지되지 못한다.


그래서 중요한 건 ‘내가 이걸 왜 하려고 하는가’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자율성이 강한 사람은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다.
그들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얻는 만족을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 자율성이 약한 사람은 작은 실패에도 쉽게 흔들리고, 중도 포기 확률이 높다.

자율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리고, 자신의 동기를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집중력보다 중요한 건 ‘지속력’

우리는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자주 찾는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는 집중력이 아니라 ‘지속력’이다.
일을 시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오래 가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지속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과도한 기대’와 ‘비현실적 계획’이다.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거나,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내고자 하는 욕심이 실패로 이어진다.
이때 느끼는 좌절감은 자존감을 흔들고, 결국 ‘나 같은 건 안 돼’라는 자기 혐오로 연결된다.

 

그래서 지속력을 높이는 데는 작게 시작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하루 10분만 책을 읽는 것, 5분만 명상하는 것처럼 부담 없는 목표가 습관을 만든다.
이런 작은 행동의 반복이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쌓아준다.

 

또 하나의 팁은 ‘지루함’을 견디는 연습이다.
초반의 열정이 사라진 후 찾아오는 무미건조한 시간, 그 시간을 견뎌내는 힘이 진짜 능력이다.
이때 필요한 건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공존하며 리듬을 유지하는 법이다.

감정이 하락하는 구간에 들어섰을 때,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중도 포기를 줄일 수 있다.


지속력은 의지가 아니라, 감정을 받아들이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결국 중요한 건 ‘의지력’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힘’이다.
금방 질린다고 해서 당신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건 오히려 감정에 민감하고, 즉각적인 감각 변화에 반응하는 섬세한 두뇌 구조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민감함을 견디고, 감정을 하나씩 정리하고, 자기 주도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결코 자동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왜 이걸 시작했는지,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은지를 스스로 계속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꾸준함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나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에서 출발한다.